대퇴사의 시대가 끝나고 ‘버티기의 시대’가 왔다

 대퇴사 이후 직장인들이 이직보다 현재 직장에 머무는 ‘잡 호깅’ 현상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버티기의 시대가 개인의 경력과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봅니다.

대퇴사의 시대가 끝나고 ‘버티기의 시대’가 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커리어 시장의 중심 단어는 ‘대퇴사’였습니다.

더 높은 연봉과 좋은 근무조건을 찾아 직장을 옮기는 사람이 늘었고, 회사는 직원의 퇴사를 막기 위해 임금을 올리고 유연근무를 확대했습니다.

지금 분위기는 다릅니다.

회사에 만족해서가 아니라, 밖으로 나가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해 현재 자리를 붙잡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현상을 잡 호깅(job hugging)이라고 부릅니다. 직장을 옮겨 다니는 잡 호핑 대신 현재 직장을 껴안고 놓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사람들은 왜 회사를 떠나지 않을까

2025년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노동시장에서 이직보다 현재 직장에 머무르려는 잡 호깅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채용공고가 줄고, 이직할 때 얻을 수 있었던 큰 폭의 임금 상승 기회가 약해졌으며,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근로자들이 현재 일자리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는 분석입니다.

중요한 점은 직장에 남는 사람이 회사에 만족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재 급여가 아주 나쁘지는 않거나, 재택근무 조건을 잃고 싶지 않거나, 새로운 직장에서 수습기간을 다시 겪는 일이 불안해서 남을 수 있습니다.

주택대출, 교육비, 생활비 부담도 모험보다 안정성을 선택하게 만듭니다.

퇴사율이 낮아졌다고 조직이 건강한 것은 아닙니다

기업은 직원의 퇴사가 줄면 좋은 신호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직원이 많다면 조직의 활력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자리가 나오지 않으니 성과가 좋은 직원도 승진하기 어려워집니다. 외부 채용이 줄고 내부 이동까지 막히면 구성원은 노력해도 다음 단계로 갈 수 없다고 느낍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퇴사 시기에 직원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다른 구성원이 예상보다 빠르게 승진하거나 새로운 역할을 맡을 기회가 생겼지만, 이동이 줄어든 환경에서는 이런 경력의 순환도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원은 남아 있지만 몰입은 줄고, 조직은 안정돼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경력이 막히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버티기는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지금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고 해서 도전 의식이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노동시장이 불확실할 때 안정적인 소득을 지키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부양가족이 있거나 대출 부담이 큰 사람에게 무작정 퇴사하라는 조언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문제는 남아 있는 동안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 것입니다.

버티기는 전략이 될 수 있지만, 방향이 없는 버티기는 경력 정체로 이어집니다.

“시장이 좋아지면 움직여야지”라고 생각하면서 2~3년을 보내면, 막상 채용이 회복됐을 때 보여줄 새로운 경험이 부족할 수 있어요.

수동적인 버티기와 전략적인 잔류는 다릅니다

수동적으로 버티는 사람은 현재 업무만 유지합니다.

회사 상황에 불만이 있지만 새로운 역량을 만들거나 외부 시장을 확인하지 않습니다. 퇴근 후 채용공고를 보다가도 불안한 마음에 창을 닫습니다.

반면 전략적으로 남는 사람은 현재 직장을 다음 이동을 준비하는 기반으로 사용합니다.

회사 안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고, 시장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확인하며, 성과를 정리합니다.

당장 이직하지 않더라도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업계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갑니다.

두 사람 모두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시간이 지난 뒤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수는 크게 달라집니다.

버티기의 시대에 필요한 세 가지 준비

첫째, 나의 고용 가능성을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실제로 지원하지 않더라도 관심 직무의 채용공고를 매달 살펴보세요. 요구 역량과 연봉 범위, 경력 조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면 시장과의 거리를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성과를 회사의 언어가 아니라 시장의 언어로 기록해야 합니다.

“팀 업무를 지원했다”보다 어떤 문제를 해결했고 시간, 비용, 매출, 고객 경험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적어야 합니다.

셋째, 작은 이동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외부 세미나에 참여하고, 업계 사람과 대화하며, 사내 다른 부서의 프로젝트에 참여하세요. 완전한 이직이 아니어도 새로운 사람과 문제를 만나는 경험이 커리어의 경직을 막아줍니다.

이직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직하지 않기로 결정해야 합니다

현재 직장에 남는 선택에는 기한과 조건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6개월 동안 프로젝트 관리 경험을 만들고, 연말에 시장을 다시 확인하겠다”는 식으로 기준을 정할 수 있습니다.

그 기간에 얻을 것이 없다면 내부 이동이나 외부 이직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반대로 연봉은 크게 오르지 않아도 새로운 역할과 성과가 쌓이고 있다면 당분간 남는 선택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와 계산한 뒤 남아 있는 상태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회사도 낮은 퇴사율에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잡 호깅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직원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승진과 보상, 성장 기회를 미루면 유능한 직원부터 심리적으로 조직을 떠납니다.

노동시장이 회복되는 순간 그동안 쌓인 불만이 한꺼번에 퇴사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회사는 직원 유지율뿐 아니라 다음 항목을 확인해야 합니다.

  • 사내 이동이 실제로 가능한가
  • 새로운 역할에 도전할 기회가 있는가
  • 성과가 좋은 직원의 책임과 보상이 함께 커지는가
  • 직원이 현재 회사에서 2년 뒤의 모습을 그릴 수 있는가

버티기의 시대에는 선택권을 잃지 않는 사람이 강합니다

대퇴사의 시대에는 움직이는 사람이 유리했습니다.

버티기의 시대에는 당장 떠나는 사람보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준비를 유지하는 사람이 유리합니다.

지금 회사를 계속 다니기로 했다면 그 선택이 두려움에서 나온 것인지, 전략에서 나온 것인지 물어보세요.

안정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안정이 선택권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 위험합니다.

회사를 붙잡고 있는 동안에도 내 경력의 손잡이는 놓지 않아야 합니다.


회사가 좋아서 남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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